미안해 mindscape






내 이야기를 쓰지 않은지도 너무 오래 됐어.


다른 곳에 이런저런 기록을 하다보니까.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냥 내버려두고 말았구나.

하지만 항상 마음에 걸리는 존재야. 너는.


시간이 참 많이 지났는데.

나는 여기 그대로 있어.


크게 변한 건 없는데, 숫자와 겉모습은 조금 변한 모양이야. 서글픈 일이지.


그래도, 그래도.


나는 여기에 있어.

아무런 변함 없이 그대로 있어.


너도 잘 지내지? 때때로 보고 싶어.



아- 오늘은 조금 많이 슬프네.




여름. merry go round




결국 침대를 빠져나와 자리에 앉았다. 방 안이 건조해서 몹시 갈증이 났다. 냉장고를 열고 차가운 물을 마셨다. 작년까지는 상온의 물만 마셨는데, 일단 여름에는 차갑게 마시기로 생각을 바꿨다.

아침은 옆집 옥상 건너편까지 도착해있다. 희미하게 파란 하늘, 그 아래 더 희미한 오렌지색 하늘이 언제나처럼 번져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다. 거울을 보면 분명 지독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리라.

라디오의 주파수가 맞지 않게 된 지 몇 달인가 지났다.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송신소 이전 시기와 비슷한데, 더 좋은 품질을 위해서 옮긴 전파탑이 우리집은 빗겨가게 되어버린 모양이다. 외출 할 때 빼고는 항상 틀어두었던 라디오인데 적막으로 채우려니 때때로 중력이 느껴질 만큼 집 안의 공기가 무겁다.

어젯밤은 맑고 선선했다. 좁은 오르막길을 오르고 계단을 올라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덥지 않았다. 처음으로 모로코 요리를 먹어봤다.

얼마나 더 시간을 쓸 수 있을까. 버려지는 계절이 얼마나 더 많아야 할까.



맴맴 mindscape



비가 그친 어젯밤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환기를 시키려고 열었던 창문 밖이 생각보다 선선해서 베란다 문을 열고 앞쪽에 선풍기를 켰다. 잠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금세 잠이 들었다. 많이 덥거나 많은 비가 내리거나, 하루 건너 하루 그런 날씨가 이어진다. 기분 탓인지 원래 이랬는지 열섬현상이 밤낮으로 괴롭힌다. 최대한 외출을 삼가려고 한다. 걷는 시간도 가급적 줄이고 있다. 게으른 사람 콩쿠르에 나가면 입상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밤새 창문을 열고 자는 건 역시 조금 힘들었는지 일찍 눈이 떠졌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새로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TV는 이미 거의 보지 않게 됐다. 플스를 할 때만 켜는 정도. 게임도 페르소나를 하고선 현타가 와서 플레이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냥 다 더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비가 내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슬슬 촬영하러 가야지.



사진찍는 남자 merry go round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우리였다. 딱히 사진이 좋아서 모인다기 보다 사진을 핑계로 마신 술이 25미터 풀을 채울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그때도 어렴풋이 느꼈다. 나는 지금 청춘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고. 이 행복한 순간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았다. 어른들이 말하는 뻔한 그런 이야기들을 우리가 매일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던 시간 속에서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서너살 터울을 가진 친구들은 하나 둘 직업을 갖게 되고 자연스레 사진 따위 같은 것을 신경 쓸 틈이 없어졌다. 처음부터 취미였지만, 취미조차도 남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궁금해 할 틈도 없이 연락처들이 바뀌어 가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거나 먼 곳으로 직장을 옮기거나, 저마다 현실적인 이유들로 자연스럽게 타인이 되었다.

누구의 책임도 잘못도 아니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을 뿐이다. 계절이 바뀌는데 이유는 없다.

언젠가 다시 한 번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심각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함께 마주하고 웃을 수 있다면 빈 손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쭙잖은 어른 흉내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산다.

만나고 싶다. 그날의 우리들.




여름날 merry go round




당신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


당신에 맞는 크기의 것을 줄 수 없었을 뿐.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

작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나는 흔들렸다.

매번 흔들렸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보일 수 없었다.

나는 너무 작은 사람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알고 있었다. 이해도 하고 있었다.

너무 커다란 당신의 마음에 내가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줄곧 그래왔다.

하지만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기력하게도. 너무나 무기력하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길을 걷다보면 수 많은 사람이 있고, 삶이 있는데, 누구도 나와 겹쳐지지 않는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당신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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